폴 크루그먼: 선물 시장에서의 국가 반역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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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ubstack.com/inbox/post/191963224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이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가혹한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시한은 월요일 저녁이었다. 그는 해협이 열리지 않으면 이란 민간인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 7시 5분, 트럼프는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5일간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대규모 전쟁 범죄가 될 뻔한 군사 행동이 사실상 철회됐다고 본다.
그는 이란 당국과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정작 이란 측은 어떤 협상도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안타깝게도 잔혹한 이란 정권의 말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신뢰가 가는 상황이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망상 속에 사는지 어느 쪽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충격적이다. 누가 이런 전개를 예상했을까.
그 해답은 트럼프의 발표가 있기 불과 15분 전, 주식 선물 시장에서 대량 매수 포지션을 잡고 원유 선물을 대거 매도한 이들에게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뉴욕 시간 오전 6시 50분경,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S&P 500 e-Mini' 선물 거래량이 급증했다. 평소 거래가 한산한 이른 아침에 발생한 이 이례적인 움직임은 당일 세션에서 가장 큰 거래량 중 하나로 기록됐다.
원유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역시 같은 시간대에 거래량이 폭주하며 정적을 깨뜨렸다.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공적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나타난 이 '고립된 거래량 급증'은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유는 뻔하다. 트럼프의 측근 누군가가 발표 내용을 미리 알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즉각 거액의 수익을 챙긴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 공격 전에도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행 매매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월요일 아침 그 짧은 시간 동안 팔려 나간 원유 선물 규모를 약 5억 8,000만 달러(약 8,410억 원)로 추산했다. 주식 선물 매수분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기업 임원이나 측근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면 내부자 거래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폭격 여부와 같은 국가 안보 기밀을 이용해 돈을 벌 때 우리는 다른 단어를 쓴다. 바로 '반역'이다.
왜 국가 안보 결정으로 사익을 챙기는 것이 반역인가? 첫째, 국가 안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사익을 탐하는 행위는 공직 윤리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다.
둘째, 기밀에 기반한 금융 거래는 적대국에 정보를 흘리는 꼴이다. 선물 시장의 거래 내역만 추적해도 정부 내부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데, 어떤 간첩이 필요하겠는가.
마지막으로, 국가 기밀을 이용해 거래하는 것과 기밀을 최고가에 파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선을 넘는 순간, 정보 이용과 정보 판매의 경계는 무너진다.
어제 아침 누가 그 거래를 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 정보를 직접 아는 자들인가, 아니면 정보를 산 억만장자들인가.
카시 파텔이 지휘하는 FBI가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친다면 진상은 곧 드러날 것이다. 물론 농담이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범인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며,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더 심각한 의문은 내부자 거래 가능성이 실제 정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점이다.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이 국가 이익이 아닌 시장 조작을 위해 내려지고 있는가? 이를 설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동안 세상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자명하다. 부패한 정부에 국가 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이제 완전히 썩었다. 대통령부터 고위 공직자까지, 공직을 막중한 책임이 아닌 사익 편취와 자기 과시의 기회로만 여기고 있다.
부패한 정부는 '전사 기질'이나 '살상력'을 아무리 떠들어도 정작 전쟁 수행 능력은 형편없기 마련이다. 이번 이란 사태의 패착을 복기할 때, 오만한 무지가 으뜸가는 원인이라면 추잡한 탐욕은 그에 못지않은 결정적 요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현대 국제 무역 이론의 대가로 꼽히며 경제와 정치의 상호작용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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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이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가혹한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시한은 월요일 저녁이었다. 그는 해협이 열리지 않으면 이란 민간인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 7시 5분, 트럼프는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5일간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대규모 전쟁 범죄가 될 뻔한 군사 행동이 사실상 철회됐다고 본다.
그는 이란 당국과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정작 이란 측은 어떤 협상도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안타깝게도 잔혹한 이란 정권의 말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신뢰가 가는 상황이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망상 속에 사는지 어느 쪽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충격적이다. 누가 이런 전개를 예상했을까.
그 해답은 트럼프의 발표가 있기 불과 15분 전, 주식 선물 시장에서 대량 매수 포지션을 잡고 원유 선물을 대거 매도한 이들에게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뉴욕 시간 오전 6시 50분경,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S&P 500 e-Mini' 선물 거래량이 급증했다. 평소 거래가 한산한 이른 아침에 발생한 이 이례적인 움직임은 당일 세션에서 가장 큰 거래량 중 하나로 기록됐다.
원유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역시 같은 시간대에 거래량이 폭주하며 정적을 깨뜨렸다.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공적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나타난 이 '고립된 거래량 급증'은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유는 뻔하다. 트럼프의 측근 누군가가 발표 내용을 미리 알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즉각 거액의 수익을 챙긴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 공격 전에도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행 매매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월요일 아침 그 짧은 시간 동안 팔려 나간 원유 선물 규모를 약 5억 8,000만 달러(약 8,410억 원)로 추산했다. 주식 선물 매수분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기업 임원이나 측근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면 내부자 거래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폭격 여부와 같은 국가 안보 기밀을 이용해 돈을 벌 때 우리는 다른 단어를 쓴다. 바로 '반역'이다.
왜 국가 안보 결정으로 사익을 챙기는 것이 반역인가? 첫째, 국가 안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사익을 탐하는 행위는 공직 윤리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다.
둘째, 기밀에 기반한 금융 거래는 적대국에 정보를 흘리는 꼴이다. 선물 시장의 거래 내역만 추적해도 정부 내부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데, 어떤 간첩이 필요하겠는가.
마지막으로, 국가 기밀을 이용해 거래하는 것과 기밀을 최고가에 파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선을 넘는 순간, 정보 이용과 정보 판매의 경계는 무너진다.
어제 아침 누가 그 거래를 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 정보를 직접 아는 자들인가, 아니면 정보를 산 억만장자들인가.
카시 파텔이 지휘하는 FBI가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친다면 진상은 곧 드러날 것이다. 물론 농담이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범인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며,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더 심각한 의문은 내부자 거래 가능성이 실제 정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점이다.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이 국가 이익이 아닌 시장 조작을 위해 내려지고 있는가? 이를 설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동안 세상을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자명하다. 부패한 정부에 국가 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이제 완전히 썩었다. 대통령부터 고위 공직자까지, 공직을 막중한 책임이 아닌 사익 편취와 자기 과시의 기회로만 여기고 있다.
부패한 정부는 '전사 기질'이나 '살상력'을 아무리 떠들어도 정작 전쟁 수행 능력은 형편없기 마련이다. 이번 이란 사태의 패착을 복기할 때, 오만한 무지가 으뜸가는 원인이라면 추잡한 탐욕은 그에 못지않은 결정적 요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현대 국제 무역 이론의 대가로 꼽히며 경제와 정치의 상호작용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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