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멀티밤’ 홈런 터뜨린 타고난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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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49)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싶다. 실제 코리아테크의 최근 재무제표를 보면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하다. 2018년 매출액 1328억원, 영업이익 326억원. 건실한 모범 강소기업 성적표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2년간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2019년 매출액 283억원, 영업손실 137억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2020년에는 더 심각했다. 매출액 139억원인데 영업손실도 139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500억원, 당기순이익도 300억원을 바라본다.



세운상가 좌판 장사꾼, 기업가 되다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창업자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는 입지전적 이력의 소유자다. 어렸을 적 집이 가난해 10대 때부터 막노동을 해야 했다. 장사에 눈을 뜬 건 20대 때 세운상가를 지나던 무렵이다. 상인들을 보면서 강렬하게 장사가 하고 싶었다고. 당시 세운상가 좌판에서는 ‘양면 유리창 청소기’가 유행이었다. 유리창 양쪽에 청소 걸레가 붙어 있게 만들어 한쪽만 닦아도 양쪽이 닦이는 상품. 문제는 같은 상품을 여러 상인들이 팔고 있다는 것. 그는 실제 유리창을 옮겨 와 직접 눈으로 사용법을 볼 수 있게 시연했다. 그러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가 유독 잘 판다는 소문을 듣고 제조 업체가 전국 독점 판매권을 줬다. 이 대표는 이를 2000년대 초반 홈쇼핑에 내놔 큰돈을 벌었다. 사업 기반은 이렇게 마련했다.

이후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각종 전시회, 박람회를 돌며 동물적 감각으로 한국 시장에서 히트할 만한 제품을 가려냈다. 영국산 ‘아스토니쉬’ 세제, 소다스트림(탄산수 제조기), ‘이영애 롤러’로 유명한 리파캐럿, ‘싸이 얼굴 운동 기기’ 파오, 호날두 복근 운동 기기 ‘식스패드’ 등이 그가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들이었다.

잘나갈 때마다 찾아온 위기

호사다마.

‘아스토니쉬’ 세제는 홈쇼핑에서만 1000만개 이상 판매됐다. ‘소다스트림’도 국내에 탄산수 바람을 일으켰다. 문제는 한국 독점 판매권이었다.

“2005년 수입한 소다스트림을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더니 본사가 계약 조건을 변경하자고 하더군요. 그 아이템을 접었죠. 다시 2008년 한국 시장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아스토니쉬 세제를 히트 상품으로 만들고 나니 본사에서 다른 업체로 총판을 바꿨습니다.”

좌절할 법하지만 그때마다 이 대표는 이를 악물었다.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 된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때 2010년대 중반 이후 공전의 히트를 친 ‘이영애 롤러’로 유명한 리파캐럿을 접했다. 이 대표는 K뷰티 산업이 커지자 직접 화장품 유통에 나서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신 뷰티 관련 기기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세계 최대 뷰티 기기 업체인 일본 MTG 회장을 직접 찾아갔다.

설득 끝에 한국 판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리파캐럿은 승승장구했다. 덕분에 2017년 매출액은 1476억원까지 치솟았다. MTG 회장은 아예 코리아테크 지분 일부를 100억원(기업가치 4000억원 기준)에 사들일 정도로 코리아테크에 신뢰를 보냈다. 그동안 속 썩였던 독점 판매권 문제도 해결되는 듯했다.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 면세점에서 리파캐럿을 싹쓸이해가던 중국 관광객 매출이 뚝 떨어졌다. 거기에 더해 한일 관계마저 경색되더니, 2018년 이후 국내에서 ‘노 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 운동이 벌어졌다. 매출액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김고은 씨가 광고모델 섭외 때 직접 써본 후 모델을 할 지 결정하겠다고 해서 조마조마했는데 중소기업 브랜드를 선정해줘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출처 코리아테크

‘가히’에 꽂히다

와신상담.

2020년 매출액은 139억원에 영업손실이 139억원이 났다. 이렇게 영업손실을 내면서 뭘 한 것일까?

“실은 손실이 나도 화장품 연구원들을 더 뽑으며 버텼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줄어들면서 ‘왜 이렇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제 브랜드가 없었기에 계속 끌려다녔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한류 불씨는 그대로 살아 있고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이제야 K뷰티에 눈뜨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어요.”

그길로 그는 독자 브랜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세종대왕입니다. 한류의 바탕은 문화, 그 정수가 한글이라고 봤어요. 그 의미를 기억하기 위해, 화장품 이름은 한글 맨 처음 자음 ‘ㄱ’과 모음 ‘ㅏ’, 맨 마지막 자음 ‘ㅎ’과 모음 ‘ㅣ’를 조합해 ‘가히’라고 지었어요. K뷰티의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를 담았죠. 더불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처럼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화장품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사용하게 한다’는 원칙은 어떻게 지켰을까.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판매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적자 상황에서도 화장품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연구원을 영입하고, 화장품팀 직원도 대거 보강했다. 글로벌 최고 제조 업체인 ‘코스맥스’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선뜻 ‘가히’ 전담팀을 꾸려주며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매주 4시간씩 한 주도 쉬지 않고 제형 연구, 테스트 등 코스맥스 연합군과 개발 회의를 했다. 출시 후 600만개 판매 돌파에 빛나는 가히 ‘멀티밤’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대표는 “종전에도 멀티밤은 있었지만 ‘착붙(착 달라붙는다는 뜻)’ 느낌의 멀티밤은 없었다. 코스맥스와 연구 끝에 인도네시아에서 자생하는 해조류의 일종인 ‘도티’ ‘잉카’의 그린골드라 불리는 타라 열매를 결합해 촘촘한 그물망 구조의 바이오필름을 만들었다. 일명 ‘필름엑셀’ 공법인데 6시간 이상의 메이크업 지속 효과가 있다며 반응이 뜨거웠다”고 뒷얘기를 들려준다.

주력 광고 모델 김고은 씨를 기용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 했다. 2020년 김고은 씨가 기존 화장품 광고 모델 계약이 막 끝났던 시점에 국내외 여러 유명 브랜드가 경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일단 써보고 결정해달라”며 제품을 보내주고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 김고은 씨는 ‘가히’를 낙점했다. 이 대표는 ‘천우신조(天佑神助)’였다고 회고했다.

앞으로의 행보는

코리아테크는 최근 뜻하지 않게 ‘매각설’에 시달렸다. ‘TV CF에 돈 쏟아부어 인지도를 쌓고는 ‘먹튀’ 하는 것 아니냐’는 괴소문도 돌았다.

“매각설은 사실무근입니다. 상장도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코리아테크의 목표는 성장이 아닙니다.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장을 하기 위한 그만한 비전이 필요합니다. 그 비전은 나 자신이 아니라 직원 모두와 그려나가는 것입니다. 이 비전이라는 것이 직원의 수준에 따라서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우선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겁니다.”

대신 이 대표는 새해에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코리아테크는 자체적으로 친환경 용기를 제작하고 수거해 다시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용기의 재사용, 다시 녹여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 모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월드 스타 윤여정 씨가 함께 캠페인에 동참해주기로 했습니다. 새해는 새로운 친환경 마케팅의 원년이 될 겁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지만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이 대표. 그의 새해 행보가 기대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4/0000072396?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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