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53% "키스는 성관계 동의한 것" 성문화 왜곡 심해

1bang LV 1 07-23

캠퍼스 성폭력 위험수위 

대학원생 곽모씨는 3년 전 대학 동아리방에서 불법촬영 피해를 겪었다. 하지만 불법 카메라가 발견됐음에도 가해자를 잡지 못했고, 학교에서도 공론화하지 않고 유야무야됐다. 대학 재학 중에 이런 사건이 3~4차례 이어졌지만 늘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곽씨는 “이 사건 때문에 여전히 탈의실이나 공중화장실 이용을 꺼리고, 대학원 진학 시에도 남녀공학이 아닌 여대를 택했다”며 “학교라는 공간이 안전하다고 인식하는데 실제로는 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려있던 성적 욕구가 자유분방하게 분출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불법촬영이나 성희롱 위험 때문에 주변 친구들도 “도서관이나 휴게실에서 절대 잠들면 안된다”고 경고한다는 것이 곽씨의 전언이다.

(중략)

대학 캠퍼스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것은 20대 남녀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남성의 성인지 감수성이 다른 세대 남성에 비해 낮았다.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수강한 공공기관 종사자 2007명을 대상으로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사람과 성관계하는 것은 성범죄다’라는 항목의 동의 여부를 물었다. 여성 96.1%, 남성 94.1%가 이 문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대만 보면 여성의 동의율은 99.1%로 전 연령대 여성 중 가장 높았지만 20대 남성의 동의율은 86.8%로 전 세대 남성 중 가장 낮았다.



이뿐 아니다. ‘늦은 밤 여성이 남성을 집에 들어오게 한 것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다’는 항목에 20대 남성의 27.4%, 여성의 9.3%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녀가 키스와 애무를 한 것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다’는 문항에도 20대 남성의 절반 이상(52.7%)이 긍정했다. 여성은 19.4%만 동의했다. 전 연령대에서 20대 남성의 동의율이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의 동의율이 가장 낮았다. 20대 남성은 상대의 의사를 명확하게 알지 못함에도 주어진 상황을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큰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20대가 성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왜곡된 성문화도 많이 접한 세대라고 진단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인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는 “인터넷에서 포르노 등 자극적이고 왜곡된 내용을 접해 성적 동의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이성을 대할 때의 태도나 가치판단에 대한 훈련이 잘 안 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인하대 성폭행 가해자만 해도 성범죄 전과가 없고, 가정환경도 양호하다”며 “온라인에서 선정적인 콘텐트 등을 접하며 왜곡된 성 관념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략)

젊은층 ‘존중과 동의’ 적극적 교육 필요

가장 시급한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교육이다. 연인 간 성관계에 있어서 존중과 동의가 강조되고, 데이트 성폭력이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 일부에 왜곡된 성 관념은 남아있다. 여성과의 성관계를 ‘홈런 쳤다’ ‘따먹었다’고 표현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략)

성별 맞춤형 성교육 프로그램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성별로 분리된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남성들이 비교적 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해외 연구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묘사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성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군인과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잭슨 캐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묘사하는 대신, ‘폭력적 남성성(violent masculinity)’의 문화를 중단하는데 이들이 동참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캐츠는 “대부분의 남성은 주변에서 남성이 여성을 폭력으로 위협하는 상황을 목격해왔다”며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야 여성을 향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성의 주도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성적 대화가 오가는 단톡방 등을 목격한 남성들이 침묵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저지해야 한다”며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희롱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인식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72300013227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