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엔 없는 우영우… 자꾸 깨무는 ‘185㎝ 아이’, 엄마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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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인 25만명] [上] ‘우영우’는 없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모(57)씨는 최근 화제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를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31살 자폐성 장애를 지닌 아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다. 김씨는 “자폐에 관해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낸 얘기가 사회에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모든 자폐인이 저렇게 경증(輕症)이라 생각할까 봐 걱정”이라며 “자폐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정에는 드라마가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5살 아들을 키우는 신미경(29)씨는 드라마를 잘 보다가도 아들 생각에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고 했다. 신씨는 “1등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우영우도 자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떨어지는데 우영우만큼의 능력이 없는 우리 아들은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발달장애란 해당 나이 정상 기대치보다 발달이 25%가 뒤처져 있는 경우로,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그 밖에 발달이 늦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경우를 가리킨다. 전국 각 지자체에 등록된 발달 장애인은 약 25만명에 달한다. 본지가 최근 만난 발달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20명은 드라마와 달리 집에 발달 장애인이 있으면 “모든 가족의 삶이 함께 묶여 버린다”고 했다. 변호사로 활약하는 주인공과 달리 가족·친지 등이 24시간 곁에서 지켜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족들이 자기 삶을 반쯤 포기해 가며 건강까지 해치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 김모(21)씨를 키우는 여성 A(59)씨는 집 안에서 목에 호신용 소형 전기충격기를 걸고 지낸다. 아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물고 꼬집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A씨 팔뚝엔 노란색, 보라색, 검은색의 크고 작은 멍과 흉터가 가득하다. 그래서 전기충격기를 샀다고 한다. 아들이 이 기기의 ‘지지직’ 하는 소리를 무서워해 작동만 시켜도 멀리 떨어지기 때문이다. 함께 차를 타고 갈 때는 꼬집거나 물어도 참을 수 있도록 한여름에도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는다.

아들이 태어난 직후 처음 몇 년은 아들의 발달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년간 매달 300만~400만원씩 들여 온갖 병원이나 치료센터를 다녀봤다. 하지만 아들은 몸만 자라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키 185㎝ 신생아’가 됐다. A씨는 “아파트 16층에 사는데 아들과 떨어져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고 했다. A씨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 사는 김남연(55)씨의 집 거실에는 매트만 3개가 깔려 있다. 자폐성 장애와 지적 장애가 함께 있는 올해 24살인 93㎏짜리 아들 이윤호씨가 수시로 펄쩍펄쩍 뛰어서다. 김씨네 집은 1층이지만 그럴 때면 2층까지 울린다고 한다. 아들 이씨는 인지 기능이 만 2세다. 먹고 이동하고 씻는 행동 대부분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힘이 세서 엄마 김씨가 그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한다. 산책을 나가도 아들이 워낙 빠르게 걸어 아들을 쫓아가느라 뛰다시피 다닌다. 신호등 구분을 못해 차로로 뛰어들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러다 보니 무릎이 늘 아파 정형외과를 1년째 다닌다.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가족들은 병이 든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가족 돌봄자 374명 중 37%는 ‘우울·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고, 35%는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린 적이 있거나,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발달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잇따라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3~6월, 4개월간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알려진 것만 5건의 자살 및 자녀 살해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을 접하는 다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남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0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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