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순정남들에 대한 시대착오적 연민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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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등장에 설레는 은희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고, 중산층 전업주부가 된 선아의 우울증도 탁월하게 묘사된다. 임신임을 알게 된 영주의 낭패감과 낙태시술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죄의식도 생생하다. 그렇다면 개성 있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그들의 내면에 주목하는 드라마로 봐도 될까? 아니다. 좀 더 살펴보면 진심으로 공을 들인 대목이 따로 있다. 바로 여자와의 관계로 주눅 들고 상처 입은 남성에 대한 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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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영옥의 사연이 무엇인지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영옥을 향한 정준의 마음은 말로, 심지어 글로, 정확하게 기술된다. ‘헤픈 여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남자의 순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선아와 동석의 에피소드에서도 여행지에서 혼자 가버리는 여자의 ‘빡침’보다 고장 난 똥차에 발이 묶인 남자의 열패감에 더 감정이 이입되도록 한다. 결국 선아는 중산층 남자와 결혼하지만 우울증으로 이혼하고, 아이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선아는 고향에 돌아와 동석과 재회하고 심지어 바다에 빠진다. 고향 오빠 버리고 간 잘난 여자의 불행이 전시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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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꿈을 위해 여자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아버지, 과거 많은 여자를 품는 연하남, 가난한 나랑 짝이 될 생각도 없으면서 필요할 때만 내게 기대는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 낙태하려는 여자 곁에서 대책 없이 ‘내 아이’를 꿈꾸는 소년, 홀로 아이를 키워온 아비 등 드라마에는 여자에 대한 순정을 품은 남자들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하다.


여자는? 잘났지만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헛똑똑이’들로, 불행할 뿐이다. 불현듯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작가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사랑을 믿지도, 남자를 연민하지도 않는 ‘요즘 여자들’을 향한 노 작가의 시대착오적 엄포로 들린다.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88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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