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 여학생들의 귀여운 사치품

원덬은 고집 세기로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데 원덬에게는 나를 이겨먹을 고집을 가진 딸이 하나 있거든

그 딸이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였던 어느 날, 갑자기 인형 하나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어 참고로 원덬은 미국에 살고 있고 부촌도 아니고 빈촌도 아닌 걍 평범한 중소도시 주민임

사달라는게 많거나 장난감에 집착하던 애가 아니어서 신기해하면서 무슨 인형인지 찾아본 원덬은 기겁을 했어

바로 이거였거든! 처음엔 우리애가 어디서 뭘 잘못 듣고 왔거나 내가 애가 하는 영어를 잘못 알아들은 줄 인형 하나가 100불이 넘는다는게 말이 되냐고

아이가 원하는 인형이 이거라는 것과, 가격이 사이트 오류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 후 원덬은 너무 당연히 칼같이 아이에게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초등학생에게 100불짜리 인형은 가당치도 않다’ 라는 말을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대답해줬어

그리고 그건 그렇게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그해 크리스마스가 되고 시부모님이 연말에 집에 놀러 오셨음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갖고 싶냐고 물어봐도 (유치원 때 산타가 엄마라는 건 진작 알아버림) 갖고 싶은게 없다는 거야 그래서 크리스마스 전날 “마지막으로 묻는다 진짜 갖고 싶은 거 없지?” 라고 협박 섞인 질문을 던졌더니 갑자기 애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자기가 세상에서 갖고 싶은 유일한 물건은 저 인형이라고 하는 거야!!!

이걸 나만 들었으면 한대 쥐어박히고 말았을텐데 문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어버린 거지!! 당연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애가 저렇게 갖고 싶어 하는데 왜 안 사주냐고 날 나무라셨고 ㅋㅋ 난 얼결에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걸 찾으러 먼 여정을 떠나게 됐음

찾아보니까 저 인형을 파는 매장이 우리 주에 딱 하나 있었고, 우리집에서 운전해서 1시간 거리였고, 이 날은 말했다시피 크리스마스 이브였음

일단 차를 몰고 거기로 갔는데
. OMG 매장 밖까지 줄이
. 줄이
. 한시간 정도를 기다려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매장 안에 애들은 하나도 없고 ㅋㅋㅋㅋ 나처럼 크리스마스 선물을 막판까지 미룬 게으른 어른들만 가득했어 

간신히 애가 원하는 인형을 사서 계산까지 마치고 차에 타니까 현타가 오더라 인형 하나를 이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이게 꽤나 오래된 인형이더라고 (1986년에 처음 생겼다고 함) 미국의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유명하고 흔한 사치품이더만 이게!!

왼쪽에 보이는 것처럼 매년 그 해의 인형을 선발해서 이름을 붙여주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책으로 내면서 서사까지 쌓아주고!! 

그리고 여기서 제일 인기인건 인형을 커스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데

피부색도 정할 수 있고, 머리색, 머리모양, 얼굴형, 눈색깔까지 다 고를 수 있어 내가 골라본 결과물은
.

짜잔! 얘임

가격은 기성품의 두배인 200불 되시겠습니다 (옷이랑 악세사리 포함이라 더 비쌈)

미국 여자아이들에게는 저렇게 인형을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같은 옷을 입는게 일종의 로망 같은 거야 (아이들과 인형이 같이 입을 수 있게 같은 디자인의 아동복과 인형옷을 팔아) 저 인형을 파는 매장은 정말 팬시하고 호화롭게 꾸며져 있고 식당이 같이 있어서 생일파티도 가능해 생일파티를 하면 보통 코스가 있는데 인형을 가지고 머리 손질을 받거나 귀 피어싱을 해줌 ㅋㅋㅋㅋㅋㅋ 물론 생일 아이 엄마 주머니 털리는 거고ㅠㅠ 머리 손질 가격은 25불 정도, 귀 피어싱은 15불 정도 함

이런 식으로 인형 좌석이 달려있고 ㅋㅋㅋㅋ 음식을 시키면 인형용 식기를 셋팅해줌 원덬의 딸이 저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몇달 후에 저기서 하는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는데 저 인형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음 (100불짜리 인형 없으면 생일파티도 못 가는 거임) 짐작 가겠지만 저 생일파티 비용은 비쌈 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 시세로 아이 한명당 45불, 어른 한명에 35불로 알고 있음

그러면 인형 하나를 입양하면 끝이냐?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한명으로 놀면 재미없으니까 친구도 하나 더 데리고 와야 하고 옷도 사줘야 하고 가구도 사야함

사이트에서 비싼 순으로 정렬한 가구임 미친 가격임 근데 실제로 보면 굉장히 견고하고 예쁘게 만들어서 탐나기는 함 ㅋㅋㅋㅋㅋ 원덬이 딸과의 치열한 니고시에이션 끝에 업어온 가구는

얘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진짜로 사치품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장난감이지만 원덬의 딸은 데리고 온 두명의 인형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매일 머리도 빗겨주면서 애지중지 돈 아깝지 않게 (그럴리가) 잘 놀아주고 있음

아, 재미있는 건 이 인형이 망가지면 회사로 보내서 고칠 수 있는데 (공짜!!는 당연히 아님) 그걸 인형 병원이라고 부름

보통 50불 이상의 입원비가 드는데 원덬 딸은 머리를 댕강 잘라 먹어서ㅠㅠ 눈물을 머금고 병원에 보냈었음 보낼 때는 맨몸으로 보냈는데 집에 올 때는 저기 있는 예쁜 가운을 입고 옴 ㅋㅋㅋㅋ 치료 내역서와 의사 편지까지 정성스럽게 들어서 옴 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악세사리도 있고 교정기도 착용할 수 있고 ㅋㅋㅋ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경험하게 해주는 좋은 역할도 한다고 생각해

암튼 혹시 나중에 미국에 방문하거나 살 일이 있으면 미국 여자애들이 하나씩 품에 끼고 다니는 인형의 가격을 듣고 놀라지 말라고 할일 없는 원덬이가 긴 글 씀